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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수도가 함락된 적이 있다? 홍건적의 침입과 개경 천도 사건

by 캐시올로지 2025. 7. 25.

고려 수도가 함락된 적이 있다? 홍건적의 침입과 개경 천도 사건

우리가 잘 모르는 ‘홍건적의 침입’과 개경 천도 사건

1. 홍건적이 누구인가?

홍건적(紅巾賊)은 14세기 중엽, 중국 원나라 말기 한족 농민 반란군입니다.
그들은 붉은 두건(홍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홍건적’이라 불렸습니다.

이들은 원나라의 지배에 저항하며 각지에서 봉기했고, 그 중 일부 세력이 산둥·요동 지역을 거쳐 고려로 침입하게 됩니다.
이 침입은 단순한 약탈 수준이 아니라, 수도 개경까지 함락시키고 왕이 피난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발전합니다.

홍건적의 침입과 개경 천도 사건

 


2. 14세기 고려, 이미 혼란의 시기였다

홍건적의 침입이 있었던 1359년~1361년, 고려는 이미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습니다.

  • 원나라 간섭기 말기로, 고려 정치가 극도로 불안정했고
  • 왜구의 연이은 침략, 토지 겸병, 유민 증가로 사회는 불만이 팽배했습니다.
  • 공민왕의 개혁 정책도 내부의 권문세족 반발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 세력인 홍건적이 고려를 침략하자, 고려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뚫리게 됩니다.


3. 홍건적 1차 침입 – 1359년

첫 번째 침입은 **1359년(공민왕 8년)**에 벌어집니다.
약 4만 명의 홍건적이 요동을 거쳐 압록강을 넘어 평안도 지역에 침투했고, 곧이어 황해도와 서해안 일대를 약탈합니다.

당시 고려는 급하게 군대를 모아 방어했지만, 지방군 체계가 무너진 상태에서 민간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그러나 운 좋게도 1차 침입은 식량 부족과 보급 문제로 자중지란이 일어나 철수하며 마무리됩니다.


4. 홍건적 2차 침입 – 1361년, 개경 함락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바로 **2차 침입(1361년)**입니다.
이번에는 약 20만 명의 병력이 대규모로 침공했고, 이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개경(현재의 개성)을 점령하게 됩니다.

당시 고려 조정은 허둥지둥했고, **공민왕은 수도를 포기하고 안동(지금의 예천·영주 지역)으로 몽진(蒙塵, 피난)**하게 됩니다.

이로써 고려는 자국 수도를 외적에게 점령당하고 국왕이 피난한 역사상 유일한 사례로 기록됩니다.


5. 개경 수복과 고려의 반격

홍건적이 개경을 점령한 뒤, 왕궁과 민가를 불태우고, 많은 백성을 약탈하거나 죽였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궁궐이 거의 폐허가 될 정도로 파괴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고려는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최영, 이성계, 안우, 정세운, 이방실 등의 장수들이 각지에서 군대를 모아 홍건적을 협공했고, 결국 1362년 초 개경을 탈환하게 됩니다.

공민왕은 다시 개경으로 돌아왔고, 이후 왕실은 도성 재건과 국방 강화에 박차를 가합니다.


6.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

수도가 실제로 함락된 유일한 사례
→ 삼국시대나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조차도 수도 함락과 왕의 피난이 동시에 일어난 일은 드뭅니다.

고려 말기 혼란상 집약
→ 정치적 불안정, 외적 침입, 민심 이반 등 체제 붕괴 직전의 모습을 상징

이성계 등장 배경
→ 이후 위화도 회군과 조선 건국의 주역인 이성계가 이때부터 군사적 명성을 쌓기 시작합니다.

국가 재건의 계기
→ 개경을 다시 정비하고, 군제 개혁과 지방 통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7. 왜 우리는 이 사건을 잘 모를까?

  • 조선 건국 중심의 교육 서술
    → 고려 말은 조선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로 간주되어 사건 축소
  • ‘홍건적’이라는 명칭 자체가 생소함
    → 중국 내부 반란군이란 배경이 교과서에서 생략됨
  • 임진왜란·병자호란 같은 전쟁에 비해 인지도 부족
    → 인명 피해나 기록의 생동감이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짐

하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외세 침입이 아니라, 조선 건국의 서막과도 연결된 중대한 분기점입니다.


 

마무리하며

홍건적의 침입과 개경 함락 사건은 고려 후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외세 침략이 아니라, 체제 위기의 현실, 군사력의 붕괴,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극복과 재건의 역사를 함께 보여줍니다.

또한 이 시기에 등장한 무장 세력과 장수들은 훗날 조선 개국의 핵심 인물들로 연결되며, 한국사 전체의 흐름 속에서도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우리는 홍건적의 침입을 통해 전쟁이 체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국가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되짚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