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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잡과(雜科)와 기술자들의 세계 - 숨겨진 인재들의 이야기

캐시올로지 2025. 8. 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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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잡과(雜科)와 기술자들의 세계 - 숨겨진 인재들의 이야기

우리가 흔히 아는 조선시대 과거제는 문과(문신 선발)와 무과(무관 선발)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조선의 국정을 움직이는 데에는 의학, 천문학, 법률, 역학 등 다양한 기술과 학문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담당한 시험이 바로 잡과(雜科)였습니다. 잡과는 ‘잡다한 시험’이라는 이름 때문에 가볍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조선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탱한 전문 인재 선발 제도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조선시대 잡과의 종류와 절차, 합격자의 삶, 사회적 위치를 살펴보겠습니다.

“문과가 나라를 다스리고, 무과가 나라를 지킨다면, 잡과는 나라를 움직이는 기술을 책임졌다.”

조선시대 잡과(雜科)와 기술자들의 세계 - 숨겨진 인재들의 이야기

 

1) 잡과의 종류

잡과는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뉘었습니다.

  • 의과(醫科): 의관, 내의원, 전의감 등 의료 관료를 뽑는 시험. 한의학과 약재 지식을 중점 평가.
  • 율과(律科):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험. 형률, 법해석 능력을 측정하여 형조 관원으로 임명.
  • 음양과(陰陽科): 천문, 역법, 지리학을 다루는 시험. 역법 관리와 국가 제례, 천문 관측 담당.
  • 역과(譯科): 외국어 번역가를 선발. 몽골어, 만주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교 실무 담당.

이 외에도 특정 시기에는 화약 제조, 악기 연주, 도화서 화원 시험 등이 잡과 범주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2) 잡과 시험 절차

잡과도 문과·무과와 마찬가지로 초시 → 복시 → 전시 절차를 거쳤습니다. 하지만 시험의 내용은 각 과목의 특수성을 반영했습니다.

잡과 종류 시험 과목 합격 후 관직
의과 본초학, 한의학, 진맥, 처방 의관, 내의원, 전의감 의관
율과 형률 해석, 재판 사례 형조 판관, 법률 관원
음양과 천문 관측, 역법 계산, 풍수 관상감, 천문관
역과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만주어 통역관, 교린 업무 담당

 

3) 잡과 합격자의 삶

잡과에 합격하면 기술관(技術官)으로 임명되어 조선 사회의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의과 합격자는 궁중의 왕실 건강을 책임졌고, 역과 출신은 일본, 청나라, 여진과의 외교 현장에서 활약했습니다. 율과 출신은 형벌과 재판을 맡아 백성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고, 음양과 출신은 국가 제사의 날짜와 길흉을 계산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회적 위상은 문과·무과보다 낮았습니다. 대체로 중인(中人) 신분으로 구분되어 승진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과 합격자들은 전문성으로 인정받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4) 조선을 지탱한 기술자들

잡과 출신 기술자들은 실제 역사에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 허준: 의과 출신으로, 『동의보감』을 편찬하여 동아시아 의학의 고전으로 남김.
  • 장영실: 비록 잡과 합격자는 아니지만, 음양과와 관련된 천문·역법 분야에서 업적을 세운 대표적 기술자.
  • 최석정: 역법과 수학을 연구하여 조선 후기 과학 발전에 기여.
  • 통역관들: 임진왜란 당시 일본어 역관들이 전쟁 외교 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

 

5) 잡과의 한계

잡과는 전문 기술자를 양성하는 데 효과적이었으나, 신분적 제약 때문에 상승의 사다리 역할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문과 출신이 고위직에 오르는 반면, 잡과 출신은 대부분 6품 이하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기술의 중요성을 낮게 보는 조선 사회의 성리학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6) 잡과와 현대적 의미

잡과 제도는 오늘날의 전문직 시험과 닮아 있습니다. 의과는 의사 국가고시, 율과는 사법시험·변호사시험, 역과는 외무고시, 음양과는 과학기술직 공무원 시험과 비슷합니다. 이는 곧 조선시대에도 전문성 기반의 인재 선발이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잡과는 조선의 기술과 학문을 이어간 숨은 동맥이었다.”

 

맺음말

조선시대 잡과는 ‘부차적인 시험’이 아니라, 나라를 지탱한 전문 인재 제도였습니다. 잡과 출신 기술자들이 있었기에 백성들의 병이 치료되고, 외교가 원활히 이루어졌으며, 역법과 천문이 관리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문과·무과에 가려진 잡과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술과 전문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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